창틀에 걸터앉은 채 시선을 밖으로 둔 랜슬롯의 옆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 늘 상냥하고 자상한 그를 아는 이들이 봤다면 서늘한 분위기에 주춤거렸을 그 모습도 아르버트에게는 너무나 익숙하다. 그리고 그런 랜슬롯을 볼 때마다 표정이 사라진 탓인지, 원래도 아름다운 외모가 빚어낸 조각상처럼 완벽에 가깝게 변한다고 아르버트는 내심 생각했다.
그리고 그 완벽한 조형은 햇빛 아래에 있을 때 가장 빛나기도 했다. 가느다란 금사라고 해도 믿을만한 머리카락은 밖에서 들이비치는 햇빛으로 인해 평소보다 더욱 반짝이고 하얀 얼굴에 자리 잡은 이목구비를 따라 일렁이는 빛이 눈 부시다. 온통 빛의 향연인 터라 그의 손에 들려있는 붉은 사과가 더욱 시선을 잡아끈다. 평소에도 입이 짧아 늘 사과 한 알로만 끼니를 때우는 랜슬롯이기에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기로 했지만 볼 때마다 어떻게 저 근육을 유지하고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반쯤은 미모에 홀려, 또 반쯤은 궁금증에 이끌려 의식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랜슬롯에게 시선을 두고 있는 아르버트. 가만히 닿는 그 푸른 시선이 좋아 모른 척 하고 있던 랜슬롯이었지만 이제 한계다. 대체 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있을 셈인지. 결국 아르버트의 시선을 막 알아차렸다는 것처럼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 짓고는 이내 그를 돌아본다. 랜슬롯이 슬쩍 고개를 기울이자 그 움직임에 따라 사르륵 흘러내리는 머리카락과 미소에 어쩔 수 없이 아르버트의 얼굴이 붉어진다. 아까보다 더욱더 진해진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기분 좋은 목소리로 그를 부른다.
"이리 와봐."
손짓과 함께 부르는 자상한 목소리에 아르버트가 아무런 저항 없이 가까이 다가가자 천사 같은 외모와는 사뭇 다른 난폭한 몸짓으로 손목을 확 끌어당긴다. 거의 안기다시피 한 자세와 부쩍 가까운 거리에 놀라 허둥거려도 랜슬롯은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대로 품에 끌어안고 자연스럽게 가슴에 얼굴을 묻는 그를 아르버트가 짐짓 사나운 목소리로 제지한다.
"랜슬롯!"
"응."
하지만 이 정도쯤은 익숙하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한 랜슬롯은 오히려 혀를 내밀어 눈앞의 쇄골을 할짝댄다. 오목한 곳에 입술을 꾹 눌러 맞출 때까지만 해도 벗어나고 싶은 것을 애써 억눌렀던 아르버트지만 이를 세울 땐 더 참지 못하고 탄탄한 그의 어깨를 잡아떼어낸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볼과 당황으로 일그러진 표정이 만족스러운 걸까. 밀어낸 탓에 일그러졌던 랜슬롯이 표정이 다시 온화해진다. 아르버트, 그렇게 빨개질 정도로 좋았어? 천진난만하게까지 들리는 물음은 어느 정도 정곡을 찌르고 있어 아르버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홍차님 글선물 (사랑해요... )